05.01.23 ~ 05.14.23
0. 들어가며
5월 1일부터 7일까지에 해당하는 회고를 작성하지 못했다.
사실 이 기간은 내가 미국에 온 이후 가장 힘든 주였고 느낀 것도 많았기에,
감정과 생각들을 그 때 그 순간에 정확히 곱씹으며 기록하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다.
5월 8일부터 14일까지였던 지난주는 매우 바쁜 한 주였다.
지난 회고를 미뤄서라도 적으려고 했으나, 계속 일정이 있어 시간을 내지 못했다.
지나간 시간을 글에 녹여내지 못한 미련이 남았지만, 그만큼 알찬 시간을 보낸 것 같아 위안이 된다.
이번 글을 통해, 지난 2주동안 어떤 경험과 생각을 해 왔는지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1. 부정의 웅덩이에 빠지다
나는 스스로를 자존감이 높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노력 끝에 맛 본 성취의 경험들은 나의 자존감의 양분이 되어 왔고,
그런 내 주변에는 항상 나를 응원해주고 지지해주는 사람들이 있었다.
하지만, 때때로 내 자존감은 곤두박질치곤 했다.
힘든 일이나 부정적인 생각들을 겪을 때, 덤덤하게 털어내기가 힘들었다.
사소한 부분에도 상처를 받고, 쉽게 이겨내고 떨쳐내지 못하는 스스로가 싫었다.
미국에 온 후, 한동안 내 자존감은 굉장히 높은 상태였다.
사람들의 관심과 응원을 많이 받았고, 내 스스로가 자랑스러웠다.
업무적으로도, 생활적으로도 잘 적응했고, 미국 생활이 너무 재미있었다.
하지만 곧이어 힘든 시간이 찾아왔다.
예상치 못한 복잡하고 어려운 일을 맡아 너무 막막했고,
스트레스에 예민한 내 몸은 기다렸다는 듯이 반응을 보였으며,
사람들의 재미와 행복을 위해 한 행동들이, 스스로를 가볍고 만만한 사람처럼 만드는 것 같았다.
기분이 태도가 되어서는 안 되는데, 자꾸 나의 부정적인 모습들이 새어 나왔다.
얼굴은 어두워지고, 말과 행동은 날카로워졌으며, 특유의 긍정적인 기운은 희미해졌다.
2. 사람의 가치와 소중함
다행히, 이런 상황을 이겨낼 수 있었던 세 가지의 포인트가 있었다.
첫 번째는 역시 '사람들'이었다.
누구보다 바쁘고 힘들었을 VP는 시간을 내어 내 문제를 같이 들여다 봐 주었다.
자신도 골머리를 앓았던 부분인데, 내 접근 방식이 좋은 것 같다며 칭찬을 해 주었다.
이곳에서 많이 의지하고 있는 동료 형은 공감과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모두가 처음엔 힘든데 너무 잘 하고 있다며, 용기와 의지를 북돋아 주었다.
낯선 곳에서 처음 만난 새로운 사람들은 내 이야기를 귀담아 들어 주었다.
지금까지의 내 노력의 과정들과, 지금 나의 상황과 고민들을 존중해 주었다.
두 번째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를 통해 전달받은 메세지였다.
그들은 영화에서 '우리 모두는 있는 그대로 가치있다'는 메세지를 던졌다.
스스로의, 또는 타인의 나에 대한 생각과 평가에 상관 없이,
나는 너무나 소중한 존재이고 마땅히 사랑받아야 할 존재임을 다시금 느꼈다.
나의 단점이나 개선점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틀리고 가치 없는 것이 아니라,
그저 다를 뿐이고, 그런 부분까지도 존중받아야 할 나의 일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이러한 사실을 받아들이고 스스로를 사랑하며 더 나은 방향으로 건강하게 발전하고자 결심했다.
마지막은 '존재의 소중함'이었다.
올해 유독, 주변에서 소중한 사람이 떠나가셨다는 소식이 많이 들렸다.
최근 또 다른 부고를 접하고, 나로서는 짐작조차 하지 못할 상실감에 마음이 무거워졌다.
나와 사람들을 아끼고 사랑하기에도 시간이 촉박한데,
사람들과 상처를 주고 받기에는 시간이 너무 아까웠다.
나에게 주어진, 주변 사람들에게 허락된, 그 시간이 얼마일지 모르기에,
매 순간 우리 존재의 소중함을 인식하고 사랑하며 살아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때마친 다가온 어버이날에, 부모님과 함께 있어드리지 못해 죄송한 마음이 한없이 들기도 했다.
3. 꿈 속의 꿈
최근 실리콘밸리 한인 러닝 클럽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그곳에서 만난 구글 직원 형의 초대로, 구글 본사에도 다녀왔다.
구글에서 보낸 몇 시간은 나에게 강력한 동기부여였다.
내 삶의 궁극적인 목표는 많은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이다.
그리고 그곳에는, 자신의 능력으로 전세계 사람들의 삶을 개선하고 있는 사람들이 내 눈 앞에 가득했다.
그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꿈을 꾸고 있을지가 궁금해졌고,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꿈꾸던 위치에 도달한 후의 나의 모습도 궁금해졌다.
이곳에 온지 두 달 정도밖에 되지 않았고,
얼마나 오래 머물게 될 지조차 확실하지 않다.
하지만 이런 시간들을 보낼 때마다, 더 있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족하고 안주하지 않는, 끊임없이 발전하고 더 큰 꿈을 꾸는 사람이 되고 싶다.
4. 마무리하며
지난난 회고가 밀리고, 이번 회고를 작성하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느낀 점을 잊지 않고 곱씹으며 기록하기 위해 회고를 작성하기 시작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느끼고 배운 점을 어떻게든 쥐어 짜내고 있다는 느낌이 생겼다.
글의 완성도에 대한 욕심 때문에, 너무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순간의 감정과 생각을 더 효과적으로 기록하고,
제한된 시간을 더 효율적으로 투자하고 활용하기 위해,
회고 작성 시기와 형식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기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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