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17.23 ~ 04.22.23
0. 들어가며
이번 주도 또 늦어 버렸다.
바쁜 주말을 보내고 일요일 밤에 회고를 적는 것이 쉽지는 않은 것 같다.
하지만 분명 의미 있는 일이고, 스스로와의 약속이니, 마감을 지킬 수 있도록 더 노력해야겠다.
1. 자본주의의 중심지에서 자본 획득하기
미국은 자본주의의 본산이다.
하지만 그 자본주의의 중심지에서 살아남기는 결코 쉽지 않았다.
최근 며칠동안, '억까'라고 생각되는 일들이 연달아 일어나며 나를 괴롭혔다.
첫 번째는 바로 결제 취소였다.
영화 예매를 트래블월렛 카드로 시도했으나, 미국에서 발급된 카드가 아니라며 예매에 실패했다.
일반적으로 결제에 실패했다면 이는 말 그대로 '실패'여야 하나, 당황스럽게도 돈은 카드에서 출금되어 버렸다.
고객센터에서는 결제가 Hold 되었다며 7 영업일이 소요된다고 했고,
실제로 일주일이 지난 후 아무런 안내도 없이 돈이 조용히 환급되어 있었다.
두 번째와 세 번째는 계좌 정지였다.
여전히 한국인인 나에겐 놀라운 사실인데, 미국은 한국과 달리 송금에 며칠의 시간이 소요된다.
이러한 지연을 개선하기 위해서, 최근 미국에서는 'Zelle'이라는 간편 송금 서비스를 많이 사용한다.
그리고 나는 일주일 동안 한 번은 Zelle 서비스 정지(Hold)를, 한 번은 연결 계좌 정지(Suspend)를 당했다.
Zelle이 정확한 사유도 없이 서비스를 정지시키는 경우가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으나, 나의 경우는 조금 심했다.
월요일에 Zell 고객센터에 전화해 Hold를 풀었으나, 화요일에 계좌가 Suspend 된 것이었다.
다행히 화요일에 은행에 전화를 걸어 계좌 정지를 해결했고, 그 이후로는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유 없이 정지를 먹었다는 사실 때문에 기분이 나빴고, 계속 신경을 써야 해 골치 아프기도 했다.
대망의 마지막은 은행 정전과 지갑 분실이었다.
처음 개설한 계좌인 한미은행의 경우, 내가 사는 곳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었고,
자체 은행 앱도 불편하고 자꾸 Zelle에서 정지를 당하는 등 문제가 있어 새로운 계좌를 만들기로 했다.
미국 내에서 가장 크고 집과 회사와 모두 가까운 Chase 은행을 선택했고, 회사에 양해를 구하고 은행에 다녀왔다.
은행 직원분은 너무 친절했으나, 내가 시도한 계좌 개설 방법이 사례가 많지 않았어서 생각보다 시간이 지연되었다.
어찌저찌 문제들을 잘 해결하고 마지막 절차를 진행중이던 찰나, 충격적이게도, 은행이 정전되었다.
이 때문에 사무실로 돌아갔다가, 전력이 복구된 후 은행에 다시 방문해 절차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사실 집에서 은행으로 오는 길에 지갑을 잃어버리는 사상 초유의 사태도 발생했으나,
(이것까지 자세히 이야기하면 글이 너무 길어질 것 같아 생략하겠다.)
자본주의의 중심지 미국은 결정적인 순간 나를 저버리지 않았다.
길에 지갑을 떨어트렸으나, 너무 다행히도 지갑을 다시 찾을 수 있었다.
이 순간을 위해 지금까지의 모든 억까들을 당해 온 것인지, 지난 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돈 문제로 힘들었던 한 주가, 결국 가장 큰 문제였던 지갑 분실을 해결하며 해피 엔딩으로 끝나 기분이 오묘했다.
2. 행복이란 성취가 아니라 발견이다
며칠 전, 샌프란시스코에서 버클리에 다니는 친구를 만났다.
미국에서 6년 가까이 생활한 그 친구에게, 나는 궁금한 것들이 많았다.
이곳에 처음 왔을 때 어땠는지, 외국인 친구들을 많이 만났는지, 가치관의 변화가 있었는지 등을 물어봤다.
그 친구는 과거의 자기 모습을 보는 것 같다며 자신의 이야기를 해 주었고, 반대로 나의 생각을 물어보기도 했다.
친구는 나에게 '미국에서 가장 얻어가고 싶은 게 무엇인지'를 물어보았고,
나는 몇 주 전 회고를 보여주며, '생각과 가치관의 변화'를 얻고 싶다고 말했다.
자기 확신이 강하고 strict한 사람이지만, 조금 다른 나를 발견하고 flexible 해지고 싶다고.
너무 계획적이고 틈 없이 살기 보다는, 하고 싶은 일에 솔직하고 여유를 가지고 생활하고 싶다고.
이 말을 들은 친구는 '유연해지려고 생각하고 계획을 세우는 것 부터가 벌써 빡빡한 것 같아'라고 반응했다.
솔직히 지금의 나에게 이것이 최선임을 알고 있었지만, 내심 뜨끔하기도 했다.
무계획을 위한 계획, 유연함을 위한 엄격함이라니, 조금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이후 대화는 계속되었고, 인상깊은 말 한 마디를 들었다.
'행복은 성취가 아니라 발견이다.'
계획적인 사람인 나는, 무언가를 계획하고 노력해서 목표를 달성했을 때 행복을 성취했다.
즉흥적인 사람인 친구는, 무언가의 새로운 상황과 그 속의 작은 순간들에서 행복을 발견했다.
같은 행복이지만, 우리 둘의 행복에 대한 접근은 사뭇 달랐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연속적인 금융 억까를 당한 뒤, 마지막으로 잃어버렸던 지갑을 찾았을 때처럼,
나 역시 일상의 작은 조각들에서 행복을 발견하기도 했다.
다만 의도하지 않았던 그 행복들을 뒤로 하고,
내가 기대하는 행복을 위해 계속 앞으로만 달려갔던 것 같다.
앞으로는 앞을 보고 달려가며 행복을 성취하기 위해 노력하되,
삶 속의 많은 변수가 만들어내는 또 다른 행복들을 발견하기 위해서도 노력하고 싶다.
이제 나에게, 행복은 성취이자 발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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