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들어가며
얼마 전, 내 두 번째 SOPT, THE SOPT의 종무식과 함께, 2022년의 절반이 비로소 마무리되었다.
쏜살같이 날아가버린 시간이 새삼스럽고 아쉽지만, 정말 많은 일을 겪으며 많은 것을 느꼈던 시간이었다.
너무 많은 이야기를 하려다 지난 기수 SOPT 회고와 2021년 연간 회고를 제대로 마무리하지 못해 아쉬웠다.
그 아쉬움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서둘러 회고 글을 작성하며 2022년 상반기를 되돌아보려고 한다.
1. 열 마리 토끼 잡기
지난 기수와 이번 기수 모두, 학교와 SOPT를 함께 했고, 용돈 벌이를 위한 근로와 건강을 위한 운동까지 욕심을 냈다.
게다가 이번에 솝텀 사이드 프로젝트, 지난 앱잼 프로젝트 릴리즈, OB로 열었던 도커 스터디 등 훨씬 더 많은 일들을 벌였다.
그런데 사람은 일만 하고 살 수는 없는 법. 누구보다 사람을 만나고 노는 것을 좋아했기에, 노는 것 역시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언젠가 이번 학기 벌였던 일들을 세어 봤는데, 10개 정도가 나왔다. 그래서 나의 이번 상반기를 '열 마리 토끼 잡기'라고 칭했다.
항상 많은 일을 벌이고 잘 해내 왔던 나였기에, 이번에도 충분히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의미 없는 시간을 줄이고, 잠을 줄이고, 계획과 실천을 통해 최대한 효율적으로 행동하기 위해 노력했다.
상반기가 끝난 지금 시점에서 되돌아보면, 중간에 어느 것 하나 포기하지 않고 시작한 일들을 모두 끝까지 잘 해낸 것 같다.
2. 조급함, 스스로를 갉아먹다
이렇게 많은 일을 벌이고 나름의 유의미한 성과를 냈지만, 그 과정은 너무나도 힘들었다.
여유와 심심함을 느낀 적이 손에 꼽을 정도였고, 항상 일상은 빈 틈 없이 빡빡하게 돌아갔다.
정말 많은 사람들을 만났지만, 아이러니하게 어느 곳에서도 끈끈한 소속감을 느끼지 못했고, 항상 외로움에 빠져 있었다.
다른 사람과의 비교는 정도를 넘었고, 발전을 위한 긍정적 자극이 아니라 자괴감과 열등감, 조급함이 되어 스스로를 갉아 먹었다.
지금까지 삶을 살아오면서 힘듦을 느끼는 매 순간, 나는 두 가지 선택지 사이에서 고민 해 왔다.
1. 조금 힘들 때는 쉬어가도 된다. 우선순위를 따져서 몇 가지를 포기하자.
2. 몸과 마음이 나태해져서 힘든 '척' 하는 거다. 여기서 포기하면 더 발전할 수 없다. 엄살 부리지 말자.
이 선택지를 받아 든 나는 항상 후자를 선택했고,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그 선택의 결과로, 나는 당장 닥쳐오는 거센 현생의 파도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 뒤도 보지 않고 달려야만 했다.
3. 뒤를 돌아 볼 여유
정신 없이 달리다보니 시간은 너무나 빠르게 흘러 종강이 다가왔고, 일정적으로 여유를 찾았다.
그제서야 내가 어떤 상황에 와 있는지, 앞으로 어떤 선택들을 내려야 할 지 차분하게 고민할 수 있었다.
이렇게 스스로의 생각을 정리한 뒤, 사랑하는 가족, 믿을 수 있는 친구, 멘토들, 지도 교수님과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자존감과 자신감을 많이 회복했고, 내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스스로를 갉아먹으며 조급해하지 말고,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꾸준히 앞으로 나아가기로 결심했다.
재충전 후 내 페이스를 찾아 앱잼에 참여하던 도중, 갑작스럽게 코로나 재확진 판정을 받았다.
갑자기 혼자 격리하게 된 상황이 너무나 원망스럽고 힘들었지만, 혼자 많은 생각을 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 과정에서 잊고 있던 것들을 다시 한 번 깨달았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 지 다시 한 번 고민해보기도 했다.
언제 어디서 어떤 일이 일어날 지 모르니,
매 순간 순간 더 열심히 노력하고, 또 즐겨야겠다
3. 또 다시, 도전
어느 새 SOPT의 차기 임원진 선거가 눈 앞으로 다가왔다.
지난 서버 파트장 경선에서 낙선했던 나는, 이번 기수 초반부터 재출마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해 왔다.
내가 얼마나 기여할 수 있는지, 개인적으로 얼마나 더 성장할 수 있을 지, 나라는 사람에게 어떤 경험이 될 지.
상반기 동안 내 마음은 불안정했고, 이 때문에 파트장에 대한 생각도 많이 흔들렸다.
하지만 흔들렸던 마음이 안정을 찾은 후, 이 도전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기로 했다.
새로운 도전과 미래에 대해 고민하며, 나의 지난 경험들과 과거를 떠올렸고,
내가 지금까지 어떤 사람이었는지, 앞으로 어떤 사람일 지 조금 더 이해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 나는,
새로운 도전과 색다른 환경을 찾았고,
바뀐 환경에 적응하며 나의 능력을 길렀다.
어느 새 익숙해진 그 환경에서 문제 의식을 가졌고,
해결해야 할 문제점들과 발전시킬 개선점들을 찾았다.
마침내 문제 의식, 의지, 능력을 가진 후에는,
항상 도망치지 않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면으로 부딪혀 왔다.
나 스스로의 성장을 위해, 내 주변 환경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 위해 말이다.
나에게 SOPT도 이는 마찬가지였다.
군 전역 직후 첫 학기에 SOPT는 나에게 큰 도전이었다.
이곳에서 개발, 협업 능력을 기르고 좋은 사람들과 행복한 경험들을 쌓았다.
1년이 지난 현재, 문제점들과 개선점들이 보였고, 안주하지 않고 도전하고 싶었다.
생각이 여기까지 다다른 시점에서, 출마에 대한 고민은 이미 답이 정해져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번째 경선이었고, 이번 경선 상대 역시 뛰어난 친구였다.
두 번 연속 출마, 낙선 가능성 등으로 부담스럽고 두려웠다.
하지만, 도전해보지 않고 평생 후회하기 싫었다.
무엇보다도, '나가야만 할 것 같다'는 사명감이 들었다.
경선 자료를 준비하면서, 지난 경선 때 사용했던 발표 자료를 다시 열어 보았다.
분명 그 당시의 내가 할 수 있었던 최선임에 분명하나, 지금의 내 시각에서는 부족함이 많이 보였다.
6개월 여의 시간 동안 많이 성장했다는 생각이 들어 뿌듯했고, 떨어지더라도 지난번보다 발전한 모습을 보이고 싶었다.
시간은 빠르게 흘러 종무식 날이 되었고,
6개월 전 집에서 혼자 엄청나게 떨면서 발표했던 나는,
200여 명의 사람들 앞에서 떨지 않고 후회 없이 발표를 마쳤다.
나의 색깔이 잘 드러나는 발표를 했고, 모두에게 하고 싶었던 말을 빠짐없이 전했다.
기대하지 않았다면 당연히 거짓말이고, 두 번째 도전에서는 꼭 원하는 결과를 얻고 싶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결과는 낙선이었다.
그렇지만, 오히려 정말 열심히 준비하고 치열하게 고민했기에, 후회나 미련은 없었다.
4. 앞으로의 나의 삶
이번 상반기를 통해 얻은 가장 큰 성과는, '노력'과 '즐김'의 균형에 대해 조금 더 잘 이해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발전을 위해 치열하게 노력하되, 스스로를 갉아먹지는 않도록 스스로를 사랑하고 삶을 즐기는 것. 이 사이의 균형 말이다.
이전부터 일방적인 정답이 없는 '균형을 맞춘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또 중요한 것인지 느끼고 계속 고민해 왔다.
나의 발전을 위해 '조금 더'를 외치며 스스로를 채찍질 해 왔고,
실제로 많은 성장과 발전을 이루어 뿌듯함과 자부심을 얻었음에도,
혼자 많이 힘들어했던 이유는, 그 과정까지 즐기지는 못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올바른 방향으로 꾸준히 잘 나아가고 있고,
당장의 실패가 내 모든 것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거나,
당장의 성공이 내 인생을 180도 바꿔놓지도 않을 것이니까.
앞으로는 노력하는 과정, 그 자체를 즐기기로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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