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들어가며
어느 새 다사다난했던 2022년이 저물고, 2023년이 눈 앞으로 다가왔다.
2020년 군대 싸지방에서 처음 회고를 작성했고, 2021년은 너무 바쁜 일정 때문에 아예 회고를 작성하지 못했다.
2022년 올해는 상반기에 경험하고 느낀 점들을 기록하기 위해 상반기 회고를 작성했다.
상반기 회고를 읽어보지 않았다면, 한 번 읽어보고 오는 것을 추천드린다.
위 글에 이어 이번 글을 통해 하반기, 그리고 전반적인 2022년에 대한 소회를 적어보려고 한다.
1. 바쁨에 대한 강박을 끊어내고 스스로를 돌아볼 준비를 마치다
전역 후 1년, 올해 상반기까지 나는 앞만 보고 빠르게 달렸다.
정말 많이 시도하고 도전했고, 노력했고, 덕분에 원하던 많은 것들을 해내고 이루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좋은 과정은 항상 좋은 결과를 도출하지만은 않았다.
크고 작은 뼈 아픈 실패를 겪었고, 나에 대한 확신에는 상처와 구멍들이 생겨났다.
지난 회고에서 이야기 한 '노력하는 과정, 그 자체를 즐기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잠시 쉬어가며 스스로를 돌아보고, 방향을 재확인하고, 소진된 연료를 재충전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이를 위해, 우선 새로운 일을 벌이려는 나의 본능을 최대한 억제했다.
사실 '무언가 일을 벌이지 않는 것'은 그 자체로 나에게 큰 도전이었다.
2018년 대학에 입학한 첫 학기부터 입대 전까지 2년 동안 동아리 임원진이었고,
전역 직후부터 SOPT라는 시간과 노력을 엄청나게 요하는 연합동아리에 참여해왔던 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새로운 도전으로 인해 또 바쁜 일정에 치인다면, 이전과 다를 바가 없다고 생각했다.
의식적으로 부족했던 수면 시간을 늘리고, 테니스와 복싱이라는 새로운 취미 생활도 시작했다.
대외활동으로 인해 시간과 신경을 투자하지 못했던 대학 친구들과도 많은 시간을 보내고자 결심했다.
이렇게 심리적, 시간적으로 안정과 여유를 가지고 나 자신을 돌아봤고,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어쩌면 외면하고 있었던 나의 모습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2. 스스로의 부족함을 받아들이다
여유를 찾은 후 자아성찰을 통해 느낀 점은 크게 두 가지였다.
첫 번째로, 나는 쉽게 감정에 휩싸이는 사람이었다.
오래 전부터 내가 '감정적인 사람'이라는 사실은 잘 알고 있었다.
슬픈 영화를 보고 슬픈 노래를 들을 때면 남들보다 쉽게 눈물을 흘렸고,
흔히 말하는 성향 검사 따위에서도 T 보다는 F에 가깝다는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솔직히, 스스로를 '감정에 잘 휩싸이는 사람'이라고 생각해보지는 않았다.
평상시에는 감정적이었지만, 감정적인 동요가 있는 상황에서 그에 잠식된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갈등 상황에서는 오히려 이성적인 태도로 논리적인 반박을 쏟아내 상처를 주고 재수없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책임을 져야하는 위치에 있던 상황에서도 감정을 억누르고 항상 해야 할 일을 우선적으로 처리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분명히 감정에 휩싸인 상황들이 있었다.
그 때의 나의 진심이었고 최선이었지만, 그로 인해 후회되는 일들이 생겼다.
지나간 일은 되돌릴 수 없지만, 실수를 통해 부족함을 깨달았으니, 이를 반면교사 삼으려고 한다.
아직 명쾌한 정답을 찾지는 못했지만, 감정을 잘 조절할 수 있는 방법을 계속 고민하고 있다.
두 번째로, 나는 회복탄력성이 낮은 사람이었다.
활발하고 외향적인 성격 덕분에,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동시에, 인간관계로 인한 상처와 단절 역시 많이 겪었다.
진취적인 성격 덕분에, 많은 일에 도전하고, 또 성공했다.
동시에, 많은 실수와 시행착오, 그리고 실패를 경험했다.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고, 모든 일에서 성공할 수 없음을 잘 알고 있음에도,
상처와 단절, 실수와 시행착오, 실패가 주는 아픔에는 결코 익숙해지지 않았다.
올해에도 어김없이, 몇 번의 크고 작은 아픔이 찾아왔다.
그리고 그런 상황에서 내가 의지한 세 명의 친구들은, 나에게 비슷한 말들을 해 주었다.
"너는 힘든 일을 스스로 잘 이겨내는 힘이 부족한 것 같아"
나를 아껴주는 사람들이, 세 명이나 나에게 이런 말을 한 이후에야 나는 이를 받아들였다.
이 때의 충격은, 내가 감정에 휩싸이는 사람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보다 훨씬 컸다.
하지만 찬찬히 스스로를 되돌아봤을 때, 이는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지난 몇 년동안, 힘든 일이 있을 때에 항상 누군가에게 의존하려고 해 왔던 것 같았다.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 소중한 친구가 있다는 사실은 분명히 너무나 고마운 일이지만,
혼자 이겨낼 수 없는 사람이 타인에게 의존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블을 엄청 좋아하는 나였기에, 자연스레 영화 속 한 장면이 떠올랐다.
힘든 일을 스스로 현명하게 이겨낼 수 있는 힘을, 2023년에는 꼭 기르고 싶다.
3.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 Keep hyo on
10월 초, 많은 생각의 조각들이 조금씩 정리되어가고, 새로운 도약을 위해 고민하고 있었다.
지난 1년 동안 SOPT를 통해 몇 번의 프로젝트에 참가하며, 초보 서버 개발자로 성장해 왔고,
다음 스텝으로는 '실질적인 비즈니스 가치를 가지는' 서비스를 만드는, 실무 경험을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때마침, 스타트업에서 일하고 있는 친구에게 좋은 제의가 들어왔다.
친구 회사에서 기획과 백엔드 개발을 같이 할 수 있는 대학생 인턴을 찾고 있다는 것이었다.
회사에서 내가 주로 사용해 온 Node.js를 사용해 백엔드 개발을 진행하고 있었고,
얼마 전 창업대회에서 기획자 업무를 맡기도 했던 나였기에, 자연스레 관심이 갔다.
여유를 가지고 스스로를 돌아 볼 시간이 많이 필요했기 때문에, 제의를 바로 수락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너무 소중한 기회였고, 사측에서 학생들의 편의를 많이 봐주셨기 때문에, 제의를 수락하고 인턴으로 합류하게 되었다.
상반기, 나는 파트장에 도전했고 실패했다.
하반기 초, 항상 가지고 있었던 '무언가를 해야만 할 것 같다'는 의무감을 떨쳐냈다.
나의 선택이 아니었던 '실패'와, 나의 선택이었던 '비움'의 과정은 새로운 기회와 도전으로 귀결되었다.
만약 실패하지 않았고, 만약 비워내지 않았다면, 지금과 같은 좋은 기회를 붙잡을 수 있었을까?
'인생사 새옹지마'라는 말이 떠올랐고, 하나의 실패와 성공에 너무 과몰입하지 않아야겠다고 다시 한 번 느꼈다.
성공이든, 실패든 모두 큰 흐름 속의 작은 물줄기들일 뿐이고, 준비된 사람에게 늘 기회는 다시 찾아오기 때문이다.
입사 직후 느꼈던 이 감정은, 유독 올해 다른 사례를 통해서도 많이 느낄 수 있었다.
최고의 선수였지만 월즈 우승이 없었던 데프트 김혁규는 미라클 런으로 커리어 첫 월즈 트로피를 들어올렸고,
대한민국 대표팀은 외부의 비판에 흔들리지 않고 철저한 준비를 통해 월드컵 16강에 진출하는 기염을 토했다.
마지막으로, 리오넬 메시는 마지막 월드컵에서 조국을 우승으로 이끌며 스스로 세계 최고의 선수임을 증명했다.
이번에 얻은 가르침을 새기며, 앞으로도 꺾이지 않고 'Keep hyo on' 하겠다.
4. 내 곁을 지켜주는 소중한 사람들
인간관계에 대한 엄청나게 많은 고민 끝에, 내가 현재까지 내린 결론은 이것이다.
모든 사람들을 만족시킬 수는 없다. 또, 영원한 관계란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현재에 최선을 다할 뿐이다.
올 한 해도 수많은 새로운 사람들을 만났고, 기존의 소중한 인연들을 이어갔다.
매 순간 최선을 다하고자 했지만, 부족한 사람이기에 실수도 저질렀고, 상처를 준 기억도 있다.
다사다난했던 2022년을 잘 이겨낼 수 있었던 것은, 부족한 내 곁을 지켜주었던 소중한 사람들 덕분이었다.
안주하지 않고 앞으로 더 나아갈 수 있도록, 존재 자체로 나의 동기부여가 되어 준 사람들.
실수와 실패들에 잠식되지 않도록, 힘들 때 손을 잡아 주었던 나의 자존감 지킴이들.
어리석은 물음과 질문에도 이야기를 들어주고 조언을 아끼지 않았던 나의 멘토들.
부족한 사람을 존중하고 드높여주는, 나에게 의지하는 나의 소중한 동생들.
마지막으로, 아팠지만 나를 위한 진심어린 비판을 해 주었던 나의 예방주사들.
그대들이 있었기에, 나의 2022년을 완성할 수 있었다. 올 한 해 너무 고마웠다.
2022년의 주효식이 이 글을 읽는 각자에게 어떻게 기억될지는 모르겠다.
당신에게 나쁜 기억으로 남았다면, 이 기회를 빌려 사과의 뜻을 전한다.
당신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았다면, 이 기회를 빌려 감사의 뜻을 전한다.
그리고, 내가 당신에게 어떤 기억으로 남았든, 당신의 2022년에 내 자리를 내어 줘서 고맙다.
5. 더 성장한 내가 맞이할 2023년
친구들과 대화를 할 때마다 자주 꺼내는 이야기가 있다.
21살 때에는 20살의 내가 너무 어려 보였는데, 22살 때에는 21살의 내가 너무 어려 보였다.
23살 때에는 22살의 내가 너무 어려 보였고, 24살의 나는 23살의 내가 너무 어려 보였다.
이것은 내가 매년 매년 성장했다는 긍정적인 신호일까?
아니면 몇 년의 시간 동안 계속 발전이 없었다는 부정적인 신호일까?
나는 전자라고 생각한다.
언제 어떤 순간이었든, 나는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해 왔다.
그것이 실수와 시행착오로 이어질 것임을, 그 때의 나는 알 수 없었다.
나는 조금씩 조금씩 성장하고 발전하고 있고, 앞으로도 모든 순간에서 최선의 선택을 할 것이다.
더 성장한 내가 맞이할 선택지가 기대된다. 더 성장한 내가 만들어갈 2023년이 벌써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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