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들어가며
어느새 2020년이 끝나가고 있다. 올해는 많은 일이 일어났지만, 나에게 있어서 가장 큰 사건은 바로 입대였다. 이 때문에 올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맞이하면서, 2020년 군대에서의 내 삶을 되돌아보았다. 목표했던 것, 성취했던 것, 부족했던 것에 대해 생각하고, 이를 발전과 개선의 계기로 삼고자 한다. 작성하다보니 글이 매우 길어졌는데, 꼭 끝까지 읽어줬으면 좋겠다.
1. 군무
의무 복무기간이 끝나면, 나는 사회로 돌아간다. 하지만, 현재 나는 대한민국 육군의 일원이고, 때문에 군인으로서의 일, 군무(軍務)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이 때문에 입대 이후, 군인으로서 성취할 수 있는 몇가지 목표를 설정했었다. 이 파트에서는 입대 후 복무율 60%를 달성한 현재까지, 군인으로서 이룬 것들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내가 군인으로서 이뤄 낸 가장 대표적인 성취는 바로 특급전사 달성이었다. '특급전사'는, 육군에서 군인 개개인을 평가하는 다양한 과목들(체력평가, 사격, 병기본평가, 정신전력평가)에서 모두 특급을 받은 인원들에게 주는 칭호이다. 특급전사를 달성하면 조기 진급, 포상 휴가 등의 인센티브가 주어진다. 나 같은 경우 입대 초 이병 때부터 '특급전사를 달겠다'며 큰소리를 치고 다녔는데, 말 뿐만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기 위해서 꾸준히 노력했다. 체력을 기르기 위해 일과 후 개인적으로 뜀걸음과 근력 운동을 진행했다. 정신전력평가와 병기본평가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교안을 출력해 휴대하고 다니며 틈틈히, 그리고 야간 연등 시간을 이용해 공부했다. 사격은 사실 운이 많이 따라 기회가 꽤 주어졌고, 덕분에 빨리 감을 찾았다. 결과적으로, 나는 일병 때 특급전사를 달성해 상병으로 조기 진급했고, 포상휴가도 받았다. 특급전사는 '누구나 달성할 수 있지만, 아무나 달성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절대 어려운 목표는 아니지만, 꾸준히 노력하지 않으면 달성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목표를 달성했다는 사실 자체로 뿌듯했고, 간부님들과 병사들이 나의 노력을 인정하고 칭찬해줘 기분이 좋았다.
나의 보직은 운전병으로, 때문에 군생활의 가장 큰 목표 중 하나는 '운전 기량 향상'이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우리 부대 특성 상 운행 기회 자체가 적고, 내 주특기가 '소형차량운전'이라 운행에 많은 제한이 있어 어려움이 있었다. 이를 해결하고자 중형면허시험에 응시하려고 했으나, 코로나-19와 여러 사정들로 인해 응시조차 하지 못하고 서너번의 시험 기회를 날려야만 했다. 처음에는 '운전 못하는 운전병'이라 정말 많이 서러웠고, 빨리 운행을 나가고 싶어 매우 초조했다. 힘들었던 시간이 지나 훈련 때 자연스럽게 첫 운행을 나가게 되었고, 기회는 많지 않지만 현재는 종종 운행을 나가고 있다. 스스로 아직까지도 운전 실력이 부족하다고 평가하는데, 이는 꾸준히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남은 복무 기간동안 열심히 노력해 주특기도 '특급'화 하는 것을 2021년의 목표로 삼고자 한다.
2. 공부
1) 공부의 시작
대한민국 대부분의 남자들의 국방의 의무를 가지고 18개월, 혹은 그 이상의 시간을 군대에서 보낸다. 주어지는 시간은 모두에게 같지만, 그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는지는 전적으로 자신에게 달렸다고 생각했다. 이 때문에 시간을 가치있게 활용하고자 결심했고, 그 주된 방법 중 하나가 공부였다. 3월 말에 자대에 도착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사이버지식정보방 컴퓨터를 활용해 군대에서 공부를 할 방법을 찾았다.
처음에는 전공인 프로그래밍 관련 공부를 진행하고자 생각했다. 정보를 찾아보다 고등학교 자율동아리 활동 때 온라인 강의를 들었던 '생활코딩' 사이트를 다시 찾았는데, 코드 버전관리시스템 GIT의 대표적인 저장소인 Github 사용법에 대한 강의를 발견했다. 강의 분량이 많지도 않았고 기초적인 내용이었지만, 예전부터 배우고 싶었던 Github 사용법을 익혀 만족스러웠다. 코드의 버전관리를 위해 사용하는 Github의 사용법을 깨우친 다음에는 Github에 '어떤 코드를 저장할 지'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저장소 사용법은 학습했으나, 정작 '저장 할 코드'가 없었기 때문이다. 사이버지식정보방에서는 PC를 재부팅할 때 마다 컴퓨터가 초기화되는데, 이 때문에 코딩 환경 구축을 위해 매번 오랜 시간을 투자해 IDE(통합개발환경)를 설치하는 것은 매우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했다. 구글링을 하던 중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설치가 필요 없는 웹 컴파일러의 존재에 대해 알게 되었지만, 대부분 만족스럽지 않았다. 이러한 문제로 고민을 하던 중 '다른 분야의 공부'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프로그래밍 공부는 자연스레 보류하게 되었다.
2) Github를 활용한 공부 일지의 작성
Github에 저장 할 코드에 대해 고민하던 중, 또 다른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GIT은 버전관리시스템이고, 코드가 아닌 프로그램의 명세와 같은 '텍스트 파일'의 관리를 위해서도 사용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나는 이 부분에서 "Github를 통해 '공부 일지'를 작성한다"는 아이디어를 생각해냈고, 그 날부터 바로 작성을 시작했다. Github의 경우 'Commit' 횟수를 통해 해당 파일에 얼마나 많은 버전이 존재하는지(즉, 몇 번의 업데이트가 이루어졌는지) 알려주는데, 이러한 횟수들이 나의 꾸준한 공부 노력을 시각적으로 보여 줄 수 있어 동기부여에도 큰 도움이 될 것 같았다.
당초에 Github 학습 목표였던 '프로그램 코드의 버전 관리'는 수행하지 못했지만, 현재까지 공부 일지의 꾸준한 기록을 통해 Github 활용의 소기의 성과를 달성하고 있다. 2020년 12월 25일 기준으로 'Study Jornal' 파일의 줄 수(lines)는 1324, ArmyLife 저장소의 업데이트 수(commits)는 146회를 넘어섰다. 지속적으로 쌓이는 파일의 텍스트와 lines, commits와 같은 시각적인 요소들은 그 자체로 나에게 동기가 되고 있다.
3) K-MOOC와 다양한 분야의 공부. Project Foundation의 시작
이처럼 Github를 통해 공부 기록 방법은 확립했지만, 사이버지식정보방 환경의 문제로 프로그래밍 공부 진행에 어려움이 있었고, 따라서 프로그래밍 외적으로 공부 할 것들에 대해 찾아보게 되었다. 당시 군대 선배인 친구들과 형들에게도 군대에서 공부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많이 물어보고 있었는데, 열정과 노력이 가득한 친구 경민이를 통해 K-MOOC라는 웹사이트에 대해 알게 되었다.
K-MOOC를 둘러 본 후, 다양한 학문을 학습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고, 결국 프로그래밍 관련 공부를 보류하고 개인적으로 'Project Foundation'으로 명명한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프로젝트의 첫 시작으로 경제학을 학습했고, 잠깐 프로그래밍 공부에 집중한 이후 다시 프로젝트를 재개해 민법학과 심리학을 학습했다. MOOC에 대한 소개, Project Foundation의 취지와 설명, 경제학, 민법학, 심리학의 학습 후기는 블로그에 이미 작성 해 두었다. 이들 글은 모두 Learning 카테고리 글 목록에서 확인 할 수 있다.
4) 생활코딩과 구름IDE를 통한 웹 프로그래밍 공부
경제학 공부를 마친 후, K-MOOC의 다음 학기 개강까지 여유가 조금 있어 다시 프로그래밍 공부를 시도해보기로 했다. 새로운 분야의 학문을 학습하는 것도 유익하고 재미있었지만, 여전히 프로그래밍 능력이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해 전공 역량 향상에 대한 갈증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전에 프로그래밍 공부를 중단하게 된 이유는 열악한 사이버지식정보방의 코딩 환경과 정보 조사의 부족이었다. 때문에 다시금 정보 조사에 나선 나는 '구름IDE'라는 웹 통합개발환경 서비스에 대해 알게 되었다. 지난번에는 발견하지 못했던 구름IDE는 나에게 신세계였다. 인터페이스도 깔끔했고, 매우 다양한 언어를 지원했다. 설치해서 사용하는 IDE보다는 제한적이었지만, 구름IDE를 활용한다면 충분히 사이버지식정보방에서도 코딩이 가능할 것 같았다.
이번에도 위에서도 언급했던 생활코딩을 찾았고, WEBn 시리즈를 차례로 학습하며 웹 프로그래밍을 공부했다. 오랜만에 느끼는 코딩하는 재미에 매일 야간 연등 시간이 기다려질 정도였다. 웹 프로그래밍을 공부하며 'hyositive.com' 도메인을 직접 구매해 티스토리 블로그 운영을 시작하기도 했다. 하지만, 오래 지나지 않아 Web2 - Node.js 학습 중 웹 프로그래밍 공부를 다시 중단하게 되었다. 다음 문단에서 이야기 할, 국방오픈소스아카데미 교육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이 교육 이후에도 K-MOOC 공부를 재개해 민법학과 심리학에 집중하다 보니 꽤 오랜 시간동안 웹 프로그래밍 공부에 소홀했다. 2021년부터는 프로그래밍 공부에 집중 할 예정이라, 중단했던 Node.js 강의도 곧 다시 학습할 예정이다. 중단 전까지 학습했던 WEBn 시리즈의 수강 후기 역시 블로그에 남겨져 있다. 이들 글들은 모두 Computer Science 카테고리에서 확인할 수 있다.
5) 국방오픈소스아카데미 교육 프로그램
WEBn 시리즈를 매우 흥미롭게 학습하고 있던 중 '국방오픈소스아카데미(OSAM)'의 존재에 대해 알게 되었다. 국방오픈소스아카데미는 국방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협력하여 운영중인 웹사이트이다. 이곳에서는 1년 단위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프로그램은 인터넷 강의를 통한 장병들의 공개SW 개발 학습, 학습한 내용을 바탕으로 한 평가, 우수자 선발, 집체교육(오프라인 프로젝트)의 과정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사실 내가 OSAM을 알게 되었을 때는 이미 교육 프로그램이 시작된 지 한 달이 지난 시점이어서, 마감 기간 전까지 집체교육 지원 요건을 채우기는 시간적으로 많이 빡빡했다. 하지만, 대학 재학 시절 프로젝트들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한 것이 굉장히 아쉬움으로 남았던 나였기에, 군 복무 중 찾아온 프로젝트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이 때문에 WEBn 시리즈의 학습을 전격 중단하고 OSAM의 강의를 학습하기 시작했다.
OSAM을 통해 공개SW, IT 트렌드 등 흥미롭고 유익한 강의들을 학습하던 중, 코로나-19 사태의 심화로 인해 집체교육이 온라인 해커톤으로 변경되었다는 소식을 접했다. 당시 나는 강의를 늦게 수강하기 시작한 탓에 촉박한 시간에 시달리고 있었는데, 이런 상황에 들려 온 온라인 해커톤 소식은 나의 의지를 크게 꺾었다. 만약 운이 좋아 우수자로 선발된다고 해도, 일상 생활을 하면서 사지방에서 온라인 해커톤에는 사실상 참여하기 힘들다고 느꼈고, 이를 비롯한 몇몇 현실적인 이유까지 겹쳐 결국 도전을 멈추기로 결정했다. 집체교육 참여를 위해 정말 열심히 노력했기 때문에, 그만큼 더 아쉬웠다. 하지만 OSAM을 통해 학습한 유익한 강의들, 우수자 선발에 도전하기 위해 노력했던 시간은 그 자체로 뜻 깊었다. 국방오픈소스아카데미 교육에 참여하면서도 글을 작성했다. 이와 관련된 글들 역시 Computer Science 카테고리에서 확인할 수 있다.
6) 나라사랑포털을 통한 대학학점이수
입대 이전, 몇몇 선배들의 추천을 통해 군학점 제도에 대해 알게 되었다. 이는 군 복무중 재학중인 대학의 강의를 학습하며 학점 인정을 받을 수 있는 제도이다. 자대 배치 직후에는 시기가 맞지 않아 학습하지 못했지만, 2학기 개강 시점에 맞추어 강의를 수강하고자 생각하고 있었다. 많은 친구들의 추천으로 핵심교양인 '축제와 인간사회' 과목을 수강하게 되었다. 개강과 동시에 고맙게도 몇몇 친구들로부터 강의록, 자료 등을 받기도 해 시작이 좋았다. 하지만, 원래의 '중간고사 대체 과제 - 기말고사 오프라인 시험'의 평가 기준이 코로나-19로 인해 부득이하게 '중간고사, 기말고사 모두 대체 과제'로 변경되는 등 변수도 있었다. 사실 축인사와 동시에 K-MOOC와 프로그래밍 공부를 병행하고 있었기 때문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학습 계획을 잘 짜둔 덕분에 중간고사, 기말고사 대체 과제와 부가적인 퀴즈와 과제 모두 큰 어려움 없이 마무리할 수 있었다. 아쉽게도 A+ 학점을 받는 데에는 실패했지만, 이번 강의 수강을 통해 추후 학점 이수에 여유가 생기게 되어 만족스러웠다.
7) 언어 공부, 영어와 스페인어
언어는 그 환경에 많이 노출될수록 실력이 는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대학 시절에는 국제교류동아리 활동, 영어로 말하는 영상 일기 덕분에 자연스레 영어를 사용 할 일이 많았고, 이 덕분에 영어 실력이 많이 늘기도 했었다. 입대 후에는 영어를 사용할 일이 거의 없었는데, 이 때문에 영어 실력이 떨어지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이를 해결하고자 영어 공부에 대해서도 많은 정보 조사를 진행했다. 처음으로 대학 재학 시절부터 알고 있었던 Cambridge라는 어학 시험에 대해 다시 알아봤다. 하지만, 시험 자체가 한국에서는 많이 알려지지 않은 탓에 군대에서 독학하기에는 큰 어려움이 있었고, 영어 공부는 우선 순위에서 밀려 많은 시간을 투자하기에는 부담스러웠기에 보류하게 되었다. 이후 '시간 투자를 최대한 줄이면서 영어에 많이 노출되는 방법'에 중점을 두었는데, 이러던 중 KBS WORLD 라디오 채널의 Korea24 프로그램에 대해 알게 되었다. Korea24는 한국의 뉴스와 최근 동향에 대해 영어로 알려주는 프로그램이었다. 몇 번 들어보니 진행자와 프로그램 구성 매우 만족스러웠고, 덕분에 현재까지도 운동, 샤워 중이나 여유가 있을 때 종종 청취하고 있다.
대학에 다닐 때부터 스페인어에 관심이 있기도 했는데, 방치되어 있는 책을 집에서 가져와 종종 공부하기도 했다. 기초적인 내용이어서 크게 어렵지도 않았고, 언어를 배우는 것을 좋아하다 보니 즐기며 학습할 수 있었다. 또, '나라사랑포털'을 통해 군인이 무료로 학습할 수 있는 온라인 강의에서 스페인어 자격증 DELE 강의를 발견하기도 했다. 때문에 기초 학습 이후 강의를 들으며 DELE에 도전해볼까 고려하기도 했다. 하지만, 프로그래밍 공부, K-MOOC 등 더 중요하다고 판단한 공부에 집중하기 위해 학습을 중단하게 되었다. 언젠가 시간이 된다면 스페인어를 다시 공부해 자격증에까지 꼭 도전해보고 싶다.
3. 독서
고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정기적으로 독서를 했지만, 대학 진학 이후에는 독서에 매우 소홀했다. 군대에서는 생각보다 책을 접할 기회가 굉장히 많아 자연스럽게 독서를 다시 시작했다. 부대에 보급되는 진중문고부터 군 자기계발지원금을 통해 직접 구입한 책까지, 많은 양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꾸준히 독서를 이어왔다. 어떤 책을 읽었는지 기록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공부 일지와 함께 Github에 텍스트 파일을 만들어 활용하고 있다. 책을 통해 많은 것을 느끼고 배웠고, 생각이 많아졌다. 2021년이 되면서 병 자기계발지원금도 다시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이를 염두에 두고 미리 구매하고 싶은 책들을 메모해 두었는데, 곧 주문 해 읽을 예정이다. 남은 복무 기간동안, 더 나아가 사회로 돌아가서도 꾸준히 책을 읽으며 성장하고 싶다.
4. 운동
개인적으로 공부와 함께 가장 노력한 부분이 바로 운동이다. 특급전사 달성을 위해서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기도 했고, 군대처럼 운동과 몸 관리에만 집중할 수 있는 시기도 없기 때문이다. 자대에 오고 나서 자연스레 선임들을 따라 체력단련실에 가게 되었다. 사회에서 몇 달 정도 헬스를 다닌 적이 있고, 고등학교 시절 왜소한 체격 때문에 집에서 꾸준히 운동을 하긴 했지만, 본격적인 운동은 처음이었다.
처음에는 운동을 잘 몰라 고등학교 때 열심히 했던 팔굽혀펴기나 턱걸이 등의 운동으로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며 체단실에 자주 오는 선임들과 친해졌고, 벤치프레스, 사이드 래터럴 레이즈 등의 운동을 배웠다. 유튜브 영상을 통해 분할과 숄더패킹과 같은 개념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고, 단백질 보충제를 구매하기도 했다. 새로운 것을 배우고 시행착오를 겪으며 꾸준히 운동을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스스로 체계적인 운동 루틴을 확립할 수 있었다. 초창기에는 상체 위주의 3분할로 시작했고, 이후 하체의 중요성을 알게 되어 하체를 섞은 3분할로 운동을 진행했다.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었지만, 육안으로 조금씩 변화를 체감할 수 있었고, 인바디 수치도 좋아졌다.
약 두 달 전부터는 새로 알게 된 유튜버의 과학적인 설명을 듣고 3분할에서 2분할 운동법으로 전환했다. 이후 바뀐 루틴에의 적응, 자세에 대한 고민이나 몸이 크지 않는 듯한 느낌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다. 10월 이후로 부대 내 인바디 측정기가 고장나 수치상으로 변화를 느낄 수도 없어 동기 부여도 줄어들었다. 하지만, 꾸준히 하다보니 운동은 하루의 필수 코스가 되었고, 휴가 중에도 헬스장을 찾기에 이르렀다. 최근에는 손목 스트랩, 크레아틴을 구매하며 다시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인생 버킷리스트 중 하나가 바디프로필 촬영인데, 전역 전까지 꾸준히, 열심히 노력해 멋있는 몸을 사진으로 남기고 싶다.
5. 생각
나는 원래부터 생각이 많은 타입이지만, 군대에서는 특히 더 많은 생각을 했다. 아무래도 지금까지의 삶에서 잠시 옆으로 비켜나와, 조금 더 객관적인 시선에서 스스로를 바라볼 수 있었기 때문이었던 듯 하다. 나 자신에게 '나는 어떤 사람인지',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은지'와 같은 질문을 던지기도 했고, 행복했던, 후회스러운 일에 대해 회상하기도 했으며, 다가올 미래에 대한 계획을 세우기도 했다.
생각에 빠졌을 때에는 수첩과 다이어리에 순간순간의 생각에 대해 기록했다. 이후 온전한 나 혼자만의 시간이 찾아오면, 메모를 글로 확장시키며 머릿속을 정리했다. 가까운 가족, 친구들과 나의 생각을 나누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또, 생각과 고민에 빠졌을 때 접했던 드라마, 영화, 음악도 큰 도움이 되었다.
바깥에 있을 때는 바쁜 일상에 치여 나를 되돌아 보는 시간을 많이 갖지 못했는데, 혼자만의 생각의 시간을 가지면서 많은 것을 느꼈다.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지만, 그럼에도 혼자만의 사색을 갖는 것은 필수적인 것 같다. 많은 생각들로 머리가 아프고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지만,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들은 분명히 나를 성장시켰다. 앞으로도 쉼없이 앞만 보고 달리기 보다는, 때때로 쉬어가며 생각을 정리하고 재충전하는 시간을 가지려고 한다.
6. 그리고, 사람들
2020년 한 해 정말 많은 노력을 했고, 얻은 것도 많았다. 하지만, 나 혼자였다면 결코 이뤄내지 못했을 것이다. 모두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운동을 가르쳐 준 체단실 형님들, 고민을 들어주고 적응을 도와줬던 선임들, 리더십에 대한 고민을 하게해 준 후임들, 의지할 버팀목이 되어 준 2월 동기들... 모두 군대에서 만난 소중한 인연들이다. 또, 입대 이전부터 나를 떠나지 않고 함께해 준 소중한 친구, 형, 누나, 동생들, 너무나 사랑하는 가족들에게도 감사한다. 마지막으로, 안타깝게도 나와 멀어진 모든 사람들에게, 미안한 마음과 감사를 전한다. 2020년, 받은 것이 과분했다고 생각한다. 2021년에는 더 나은 사람이 되어 받은 사랑을 되돌려 주겠다. 부디 나의 2021년도 잘 지켜봐주길 바란다.
2020.12.18 ~ 2021.01.03
2020년을 되돌아보며, 더 나은 2021년을 기약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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