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며
얼마 전, SOPT 29기 'WE SOPT'의 공식적인 일정이 모두 종료되었다.
정말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우며 성장했던 소중한 시간이었고, 이 기억의 조각들이 더 희미해지기 전에 곱씹고 기록하고자 회고를 작성하게 되었다.
2. SOPT와의 첫 만남
SOPT에 대해 처음 알게 된 것은 2020년이었다. 당시 나는 군인이었고, 벌써부터 전역 후를 꿈꾸냐는 선임들의 놀림에도 불구하고 미래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제대로 개발을 시작해 프로젝트를 경험하고 싶었고, IT 계열 연합동아리나 대외활동에 대해 조사했다. 그러던 중 SOPT를 처음 만났다. 꽤 체계적이고 큰 동아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군인 신분으로 당장 지원할 수도 없었고, 나의 개발 능력도 턱없이 부족했기에 당장 큰 동기가 생기지는 않았다. 그렇게 나는 SOPT를 비롯한 다른 활동들을 조사만 한 체 나중을 기약했다.
3. 수면 위로 다시 떠올라 목표가 되다
메모 속에서 잊혀져가던 SOPT가 기억 위로 다시 떠오른 것은 2021년 초였다. 당시 나는 전역까지 남은 반 년 정도의 시간 동안 개발 공부에 전념하고자 결심하고, 온라인 강의를 통해 Node.js를 학습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친구 2명이 SOPT에 합격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그 때까지만 해도, 이 소식은 딱 '친구들도 열심히 사는구나, 나도 더 열심히 해야겠다' 정도의 동기부여가 되었다. 하지만 곧 SOPT를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성장하는 친구들의 모습을 보았고, 이는 성장이 고팠던 나를 자극했다. 자연스레 이는 엄청난 동기 부여로 이어졌고, SOPT는 나의 전역 후 이루고 싶은 가장 큰 목표가 되었다.
4. 자기소개서 작성
1년 반의 공백 이후 돌아간 학교는 많은 것이 달라져 있었다. 코로나가 바꿔놓은 사회에 적응하고 있던 시기, 얼마 지나지 않아 SOPT 29기 YB 회원 모집 공고가 올라왔다. 들었던 대로, SOPT의 구성원이 되기 위한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자기소개서는 4개의 공통 문항과 4개의 파트별 문항으로 구성되어 있었고, 각각 최대 700~800자 정도의 분량을 채워야 했다. 29기의 경우 문항은 다음과 같았다.
[공통 질문]
1. 협업 시 팀원이 지원자에 대해 표현한 말 중 가장 인상 깊었던 말이 있나요?
그때의 상황과 인상 깊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세요. (700)
2.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도전은 무엇인가요?
도전 계기와 도전 과정의 어려움 및 극복 과정을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세요. (700)
3. 자신만의 의사소통 방식을 제시하고, 해당 방식이 가장 효과적으로 발휘되었던 경험을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세요. (700)
4. 지식이나 경험을 공유 받고 자신의 것으로 체화해본 경험이 있나요?
이를 바탕으로 무언가를 배울 때의 자신만의 가치관이나 마음가짐을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세요. (700)
[서버 파트 질문]
1. WE SOPT 서버파트에 지원한 이유와 지원하기까지의 노력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려주세요. (600)
2. 개발 공부를 하면서 개인적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경험을 이야기해주시고, 그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하였는지 설명해주세요.
(꼭 서버 관련 공부가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800)
3. 협업을 진행하며 함께 성장한 경험에 대해 이야기해주세요.
자신이 팀 내에서 맡았던 역할과 협업 과정을 통해 배우고 느낀 점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세요.
서버 개발 경험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800)
4. 지원자가 사용해본 언어/프레임워크 중에서 가장 자신 있는 것을 하나 들어 자신의 이해도를 이야기해 주세요.
또한 선택한 언어/프레임 워크 중에서 개념 또는 키워드를 포함해서 설명해주세요. (700)
문항 하나 하나가 굉장히 많은 생각을 요구하는 까다로운 질문이었기 때문에 소재를 선정하고 실제 글을 작성하는 데에 시간이 꽤나 오래 걸렸다. 나는 원래부터 글 쓰기를 좋아해서 나만의 글 스타일이 있었는데, 자기소개서를 작성할 때 역시 이를 기반으로 크게 4가지 정도를 고려하면서 작성했다.
1. 문장의 호흡을 간결하게 가져가자.
2. SOPT의 핵심 가치를 잘 녹여내자.
3. 경험은 추상적이지 않고 최대한 자세하게 작성하자.
4. 각 항목마다 기승전결을 갖추자
1, 3번의 경우 기본적으로 많이들 알고 있는 일반적인 팁이니 생략하고, 2, 4번에 대해 잠시 이야기 해 보려고 한다.
SOPT의 경우, 기본적으로 '열정'을 굉장히 중요시하지만, 기수마다 핵심 가치가 조금씩 달라지고, 그에 따라 기수만의 브랜딩이 변화한다. 29기의 경우 핵심 가치는 존중, 공유, 도전이었고, WE SOPT라는 우리만의 이름을 가지고 있었다. 핵심 가치란 말 그대로, 임원진이 이끌어가고자 하는 동아리의 방향이자, 구성원들이 가지고 있어야 할 역량이다. 때문에, 내 글에 열정과 핵심 가치들을 자연스럽게 녹여내기 위해 노력했다. 자세히 말하자면, 이를 강조하기 위해 뜬금없이 키워드만 언급하는 것이 아니라, 적절한 맥락과 개연성 아래에서 나의 경험, 생각과 키워드가 잘 어우러지도록 이야기를 풀어내고자 했다.
글의 기승전결의 경우, 위에서 언급한 나만의 글 스타일 중 하나이다. 나는 글을 '동기 - 구체적인 사례와 경험, 생각 - 앞으로의 다짐, 각오'와 같은 형식으로 쓴다. 글의 흐름도 자연스럽고, 나의 메세지도 확실하게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자소서의 경우 '서버 공부를 시작하게 된 계기'나 '협업 경험의 상황'을 먼저 언급하고, '구체적인 경험과 느낀 점', 그리고 이를 SOPT에서 어떻게 적용하고 더 발전시킬지, 다짐을 밝히는 식이었다.
약 일주일동안의 고민과 수정, 그리고 SOPT를 소개해 준 친구인 이준이의 첨삭과 조언 덕분에 자기소개서를 잘 완성했고, 덕분에 좋은 결과가 따라왔다.
5. 면접 준비와 최종 합격
1차 합격의 기쁨도 잠시, 합격 발표와 면접 사이의 기간이 매우 짧아 곧바로 면접 준비에 들어갔다. 면접은 회장단과의 다 대 다 인성 면접, 파트장과의 1 대 1(혹은 2 대 1) 기술 면접의 2단계로 이루어진다. 사실 내 생각을 조리있게 잘 말하는 편이라 정해진 답이 없는 인성 면접의 경우 어느 정도 자신이 있었는데, 기술적으로 아직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해 기술 면접에 대한 걱정을 떨칠 수 없었다.
인성, 기술 공통적으로 우선 자기소개서에 작성한 내용에 대해서는 구체적이고 자세하게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하기에, 우선 자기소개서를 기반으로 예상 질문과 답변을 만들었다. 애초에 글을 쓰는 과정에서 많은 고민을 하고 작성했기 때문에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이후에는 SOPT를 경험한 친구들의 조언대로 이전 기수의 면접 후기를 읽어보며 질문들을 선별하고, 그에 대한 답변을 준비했다. 이 외에도 열정과 핵심 가치 3가지에 대한 질문이 나올 수도 있다고 생각해 그에 대한 대비도 놓치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나에 대해 돌아보고 질문을 던지며 조금 더 성장했고, 기술적으로 잘 몰랐던 부분에 대해서도 더 학습할 수 있었다.
시간이 빠르게 흘러 면접 시간이 되었다. 나름 준비를 열심히 했지만, 실전에서 조금 긴장하는 타입이라 많이 떨렸다. 줌 대기방에서의 OB 회원들의 간단한 아이스브레이킹 이후, 회장단 면접부터 시작되었다.
그런데 면접 방식이 내가 알고 있던 것과 조금 달라 당황스러웠다. 우선 첫 번째로, 이전 기수처럼 한 명 한 명 번갈아가면서 질문하는 방식이 아니라, 한 명에게 모든 질문을 한 다음 사람에게 질문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서버 파트 지원자가 마지막 순서였는데, 이 때문에 다른 분들이 질문을 듣고 답변하는 동안 나는 불안에 떨고 있었다. 두 번째로, 인성 면접의 경우 자기소개서 내용을 기반으로 답변을 준비했으나, 회장님이 자기소개서는 충분히 많이 읽어봤으니, 최대한 자소서에 작성하지 않은 다른 내용으로 답변해달라고 하셨다. 사실 첫 번째 보다는 이 이유 때문에 살짝 뇌정지가 왔었다.
두 가지의 당황 포인트와 풀리지 않은 긴장 때문에, 사실 회장단 면접은 망쳤다고 생각했다. 흐릿한 기억 속에서 질문 몇 가지를 떠올려보자면, 우선 '군대에서 서버를 공부하던 시절 블로그에 학습 내용을 작성했는데, SOPT를 통해 얻은 지식을 어떻게 공유할 것인지?'라는 질문을 받은 것이 기억 난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스터디에 적극 참여해 지식을 공유하겠다'와 같은 답변을 했어야 했는데, 당시에는 '이전처럼 블로그에 지식을 기록하겠다'고 답변 했었다. 두 번째는 질문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데, '내가 어떤 사람인지?' 와 비슷한 뉘앙스의 질문이었다. 친구들이 고민을 가지고 찾아올 때, 이야기를 공감하며 잘 들어주고 위로와 적절한 해결책을 알려준 경험을 이야기했던 것 같다. 답변을 잘 하지는 못했지만, 회장단이 최대한 공감하며 듣고 리액션을 잘 해줬던 기억이 난다.
정신 없이 30분이 흐르고, 파트장 면접 시간이 되었다. 우리 조에는 서버 파트 지원자가 나 뿐이었기에, 1대 1 면접이었다. 회장단 면접이 만족스럽지 않아 자신감이 조금 떨어져 있었는데, 파트장님이 긴장을 잘 풀어주고 웃으면서 말씀해 주셔서 자신감을 조금 회복할 수 있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기술적인 질문만 나올 줄 알았는데, 회장단 면접과 비슷하게 나라는 사람에 대한 질문이 몇 개 나왔다. 사실 구체적인 질문이 기억이 나지는 않는데, 답변을 꽤 만족스럽게 했던 기억이 난다.
간단한 질문 이후에는 본격적으로 기술 질문이 시작되었다. 대부분의 기술 질문은 내가 준비했던 예상 질문 내에서 나와 크게 당황하지 않고 조리있게 잘 설명할 수 있었다. 내가 받았던 기술 질문들 중 기억나는 것들 몇 가지는 아래와 같다.
1. REST API
2. Node.js에서의 비동기 처리 방법 (callback - promise - async & await 순으로 꼬리 질문)
3. 호이스팅
4. MVC
이 질문들 외에 가장 기억에 남는 질문 한 가지를 함께 소개하고자 한다. 파트장님은 내가 혼자서 꽤 많은 공부를 한 것 같은데, 서버 파트 세미나에서 다루는 내용 중 상당수가 나에게 너무 쉽게 느껴질 것 같다고, 여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어보셨다. 사실 나는 내 수준을 알고 있었기에 쉽게 느껴질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는데, 잠시동안의 생각 후, 내 의견을 말씀드렸다.
같은 영화나 책을 여러 번 보더라도, 처한 상황이나 그 순간에 가지고 있는 생각에 따라 그 작품에 대한 감상은 완전히 달라진다. 열악한 환경에서 혼자 학습하는 것과, 친구들과 함께 지식을 공유하며 학습하는 것은 엄청나게 다르고, 따라서 비슷한 내용을 다루더라도 미처 보지 못하고 알지 못했던 많은 것을 배우고 느낄 것 같았다. 또, 만약 내가 아는 익숙한 내용이라면 어려워 하는 다른 친구들을 적극적으로 도와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질문은 예상하지 못한 질문이었는데, 즉석에서 바로 답변한 것 치고는 굉장히 답변이 마음에 들었고, 파트장님도 꽤 인상 깊게 들은 듯 해서 내 기억에도 굉장히 선명하게 남아 있다.
그렇게 스스로 만족스러웠던 답변을 드린 후 훈훈한 분위기 속에서 면접이 끝났다. 며칠 동안 집중해서 최선을 다해 준비했는데, 다 끝나고 나니 후련하기도 했지만 조금 허무하기도 했다. 회장단 면접은 만족스럽지 않았으나, 파트장 면접은 꽤 잘 봤다고 생각이 들어 결과가 기대되었다. 그렇게 두근대는 며칠이 지난 이후, 마침내 최종 합격 소식을 접했다.
전역 후 최대의 목표를 이룬 것 같아 기분이 너무 좋았고, 동시에 이제 시작일 뿐이니 이제부터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각오를 했다. 글이 너무 길어져, 합격 이후 진행한 여러 활동들과 그에 대한 감상은 다음 글에서 이어가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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