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나치게 이상적이었다.' 얼마 전 친구들과의 대화, 그리고 그 이후 혼자만의 사색을 통해 다시금 깨달은 사실이다. 이상적인 꿈을 꾸더라도, 현실의 여러가지 여건들을 고려해야 하는데, 나는 이 부분이 많이 부족했던 것 같다. 이 때문에 내 대부분의 괴로움, 스트레스, 고민은 바로 이상과 현실 사이의 괴리에서 찾아왔다.
나는 모든 사람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모두에게 사랑을 받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모두와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없었다. 사실 이는 당연한 이야기이다. 인간은 모두 완벽하지 않고, 나랑 맞는 사람이 있다면, 나와 맞지 않는 사람도 있기 마련이다. 이것이 현실에서의 한계이다. 하지만 나는 이 당연한 사실을 어느새부터인가 잊어버리고 있었고, 나의 현실과 내가 꿈꾸는 나의 이상이 너무나도 달라 괴로움을 느꼈다. 인간관계 유지에 버거움을 느꼈고, 일부 사이가 틀어진 사람들에 대해 죄책감까지 느꼈다.
타인과의 인간관계 뿐만 아니라 나 자신을 평가함에 있어서 역시 마찬가지였다. 나는 스스로에게 혹독한 편으로, 만족을 잘 하지 않는다. 열심히 노력해 어느 정도의 성과를 냈다고 하더라도, 항상 부족함을 느꼈다. 여기서 만족하면 내가 나태해질 것이고, 더 이상의 발전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또, 내가 꿈꾸는 이상적인 나의 능력에는 아직 한참 모자라기 때문이다. 물론 쉽게 자만하지 않고 발전을 위해 꾸준히 노력한다는 점은 긍정적이긴 하지만, 나의 문제는 그 정도가 너무 심했다는 점이다. 스스로 이뤄낸 것들에 대해 적당한 만족감과 성취감을 느끼는 것은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재충전의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러나 나는 나 자신을 너무 가혹하게 채찍질하며 혹사시켰고. 이는 나를 지치게 만들었다.
내 삶에는 위의 두 가지 외에도 수많은 이상과 현실 사이의 괴리가 찾아왔고. 그 충돌들은 나를 매우 힘들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제는 조금 변해보려고 한다. 변화의 첫 번째는 "나 역시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한 사람의 인간일 뿐이다. 이상과 달리 현실에서는 '한계'가 존재한다."는 너무나 당연한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다. 의지대로 되지 않는 것도 있고, 노력한 만큼 무언가를 이루어 낼 수 없을 수도 있다. 때로는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이것이 내가 살아가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이 사실을 인정한다면, 조금 더 나 자신에 만족하고, 지금 이 순간의 행복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걱정되는 부분이 있다. "현실의 한계를 인정하는 것 자체가 내가 너무 나약해진 것이 아닐까?", "나의 신념, 의지, 열정이 '현실과의 타협'으로 꺾이지는 않을까?", "이 정도면 됐지. 이제 그만할래. 나는 충분히 노력했어.", "어쩔 수 없어. 이게 내 한계야"와 같은 생각들이 떠오르지는 않을까?"와 같은 것들이다. 하지만 내가 현실의 한계를 인정하는 것은 한계점에 도달해 포기하기 위함이 아니라, 나의 한계를 알아야 그 한계를 극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천천히, 꾸준히, 더 멀리' 나아가기 위해서이다. 이 사실을 끊임없이 상기해야만 한다. 스스로를 경계해야 한다. 이를 잊어버리고 현실의 한계에 부딪힌다면, 나는 편안함과 나태함에 빠져버릴 것이다.
나는 여전히 이상적인 사람이고, 목적지가 아닌 방향을 바라보고 앞으로도 계속 나아갈 것이다. 다만, 나 자신과 사랑하는 사람들의 행복을 위해 이상과 현실 사이의 균형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겠다.
스스로를 돌아 볼 계기를 만들어준 친구들에게 감사를 표하며...
2020. 11. 21
'Thoughts (이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태지옥 탈출 선언문 (0) | 2022.12.13 |
---|---|
생각이 많아진 요즘 나에게 (0) | 2022.11.27 |
여유와 틈 (0) | 2022.06.06 |
HYOSITIVE (3) | 2020.06.22 |